글 속 길고양이는 두 번째 겨울을 이겨내기 힘들지도 모른다. 길고양이의 평균수명은 2~3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집고양이의 수명이 10~15년인 것을 감안하면, 길고양이의 삶이란 그리 축복받은 것이 못되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을 힘들게 하는 건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이다. 일부는 내쫓는 것도 모자라 쥐약을 놓아 잡기까지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삶에 관해 많은 것을 오해하고 있다.
길고양이에 관한 오해
우선 뚱뚱한 길고양이에 대한 우리의 오해다. 사실 도시에서 뚱뚱한 길고양이를 목격하기란 쉬운 일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렇게 생각하기는 더더욱 쉽다. ‘쟤는 얼마나 잘 먹었으면 저렇게 뚱뚱한 거야?’ 삶이 녹록지 않은 사람이라면 괜스레 미워해 볼만도 하다. 그러나 길고양이가 뚱뚱한 것은 잘 먹어서가 아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뚱뚱한 것이 아니라 몸이 부은 것이며, 그 원인은 음식과 물에 있다. 먹이 부족으로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을 섭취하다 보니 염분섭취가 많고 깨끗한 물을 먹을 기회도 부족해 신장이 나빠지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염분이 많은 먹이는 독약이다. 게다가 겨울이 오면 먹이 부족과 물 부족은 더욱 심각해진다.
길고양이가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는 이유는 주로 거리의 쓰레기봉투를 뜯어 미관을 해치고, 밤에는 기분 나쁜 울음소리나 싸우는 소음을 내기 때문일 것이다. 고양이를 처리해달라는 민원은 이미 만성 민원이 되었으며, 일부 사람들은 쥐약을 놓아 고양이를 떼죽음으로 몰기도 한다.
게다가 무턱대고 잡기만 해서는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한 영역 내의 고양이를 잡아가면, 다른 곳에서 또 다른 고양이가 그 지역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는 개체 수가 줄지 않는다. 결국, 최선의 방법은 길고양이를 도시생태의 일부로 인정하고, 현재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길고양이와 사람, 모두를 위한 급식소
이러한 가운데 지난 5월 말 문을 연 서울시 강동구의 길고양이 급식소는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동구와 관계자들은 급식소를 통해 사료를 제공하면 길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파헤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길고양이 급식소 때문에 길고양이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특정 지역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강동구는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과 함께 TNR을 꾸준히 펼칠 계획이다. TNR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길고양이 관리법으로, 길고양이를 잡아(Trap) 중성화를 시킨 후(Neuter) 다시 원래의 장소로 돌려보내는(Return)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다. TNR 고양이는 왼쪽 귀 끝을 9밀리미터 정도 잘라 표식을 하는데, 번식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번식기에 나타나는 울음소리, 고양이들 간의 투쟁 등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다. 2008년 TNR사업을 시작한 서울시는 현재 한해 5000마리 정도의 길고양이를 중성화하고 있다.
강동구청 근처에 있는 주민센터 중 비교적 사람이 적게 다니는 성내3동 주민센터에서 잠복을 해보았다. 길고양이들은 해가 지고 밤 아홉 시 무렵이 되어서야 나타났다. 하지만 밤에도 주민센터 앞을 지나는 사람들 때문에 모두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다. 한밤중이나 새벽을 주로 이용하리라 추정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장소에 급식소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TNR 사업도 개선해야 한다. 현재는 주로 주민의 민원을 받고 출동을 하면 TNR을 진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개체 수 조절에 효과를 보려면 단기간 내에 전체 길고양이의 70~80퍼센트가 중성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서울시 내에만 20만 마리의 길고양이가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행보다 훨씬 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TNR을 진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강풀
고양이를 싫어하는 당신도
현재 강동구의 길고양이 급식소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고 있다. 애초 만화가 강풀이 제안한 사업이었고, 그가 급식소 제작비용과 초기 운영비용을 기부했다. 사료와 물 보충은 동네별로 지정된 캣맘·캣대디(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남녀)가 담당하며, 앞으로도 시민들의 기부로 운영될 예정이라 한다. 고양이를 아끼는 시민들이 먼저 물꼬를 텄다.
여기서 그칠 일이 아니다. 일본의 어느 자치구에서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길고양이 관리를 위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낸다고 한다. 실효 없이 길고양이를 무작정 쫓아내거나 싫어하기보다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관리 아래 두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우리도 이제 관계기관이나 고양이 애호가뿐 아니라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까지 적극 이런 사업에 동참해야 하는 게 아닐까? 강동구민들이 찾고 있는 ‘상생의 길’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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