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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기고

캠핑은 장비 자랑? :: 그곳에 캠핑은 없었다

by 막둥씨 2013. 8. 2.

 

잊지 못할 밤이었다. 경북 북부의 어느 인적이 드문 산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어둠 너머에서는 새소리, 벌레소리는 물론 산짐승의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공포에 숨을 죽였다. 인간으로 태어나 의심 없이 품고 있던 우위감은 초라했다. 분명 그날 밤은 온전히 동물들의 것이었다. 서해의 바닷가에서 머물던 하루는 비가 왔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였다. 두어 겹의 얇은 직물인 텐트가 저 비로부터 나를 지킬 유일한 수단이었다. 늦은 밤 배수로를 파고 들어와 젖은 몸을 뉘였으나 잠이 오질 않았다. 텐트를 세차게 두드리는 빗소리에 쉬이 잠이 들 수 없었다. 이따금 방전되는 하늘은 고스란히 나의 이부자리까지 그 미명을 전했다. 이 황홀했던 경험은 모두 작년 여름 직접 캠핑을 하며 겪었던 일이다.

 

2013년 캠핑 인구 300만 시대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캠퍼(캠핑하는 사람)들은 올해도 장비를 챙겨 자연 속으로 떠난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캠핑은 순조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다. 캠핑의 본질을 잊어버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캠핑장인가 경쟁장인가

 

어느 날 아빠와 함께 캠핑하던 아이는 생각할지 모른다. ‘아빠는 캠핑을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캠핑장비를 좋아하는 걸까?’ 이 말에 낯 뜨거울 아버지들 분명 여럿이리라.

 

2008년 700억 원이었던 캠핑용품 시장은 2010년 1800억 원을 거쳐 올해는 4000억 원을 넘을 전망이다. 2011년 100만 명을 넘었던 캠핑 인구도 올해 3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캠핑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캠핑산업의 성장이 캠핑문화의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캠핑용품 판매업체들의 상술이 캠핑의 목적을 변질시키고 있다.

캠핑장비는 갈수록 크고 다양하며 화려해지고 있다. 가격도 비싸다. 우리나라의 주류 캠핑용품 업체들은 고가 마케팅 전략을 취하고 있어, 4인용 텐트가 무려 200만 원이 넘는다. 여기에 각종 주방시설과 식기, 침낭, 의자 및 테이블, 그릴장비 등 용품을 갖추면 1000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캠핑장은 암묵적인 경쟁의 장이다. 보급형 제품으로 캠핑을 시작했던 사람들도 한 번 캠핑을 다녀오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고가의 제품으로 갈아타곤 한다. 이렇게 캠핑장비에 집착하는 ‘장비병’은 시작된다. 그런데 문제는 몇 배나 비싼 고가의 제품이 제 값어치를 하느냐는 점이다. 물론 가격이 높으면 일반적으로 성능이 더 낫기는 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작은 차이일 뿐이다. 10만 원이 넘는 수저 한 벌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밥을 떠먹여 주진 않을 터, 이는 다른 용품도 마찬가지다. 무리하면서까지 고가의 제품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작년 여름 기자는 캠핑을 하며 하룻밤 만에 150밀리미터의 비를 맞이한 적도 있다. 그때 부모님이 주신 신체발부를 소중히 지켜 오늘날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함께해준 건 바로 10만 원짜리 텐트였다.

 

그러므로 자신의 필요에 맞는 장비를 구매하고 특히 소모품은 가격 대비 성능을 잘 따져보아야 한다. 일 년에 한두 번만 쓴다면 대여 방식도 좋을 것이다. 작년 한국의 야외용품 문화를 접한 한 인도인 유학생의 “1000미터도 안 되는 산에 올라가면서 값비싼 등산복을 입는 걸 보고 신기했다. 인도에선 히말라야 갈 때도 안 입는다.”라던 발언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힐링 왔다가 스트레스만

 

장비병과 과소비 경쟁에서 벗어나도 여전히 캠핑은 즐겁지 않다. 해가 진 캠핑장, 함께 온 아이들이나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달과 별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야 할 시간이지만 이는 어불성설, 들려오는 건 고기를 구워먹으며 술 마시는 사람들의 고성방가뿐이다. 도시에서는 하기 힘든 바비큐라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일부 캠퍼들은 주위 사람에 대한 배려나 늦은 시각에 대한 염려 따위를 전혀 하지 않는 듯하다. 또한, 낯 뜨거운 애정행각이나 민망한 옷차림으로 보는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으며, 빔프로젝터를 가져와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있다.

 

낮에도 평온은 없다. 대형 타프(그늘막)를 태양의 이동에 따라 옮기느라 망치질 소리가 끊이질 않고, 캠핑장 내에서 위험하게 공놀이하며 뛰어노는 아이들은 텐트 설치를 위해 고정해 놓은 로프에 걸려 넘어지거나 자동차와 부딪혀 다치곤 한다. 어떤 집은 반려동물까지 데리고 와 풀어놓는다.

 

캠핑장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양의 쓰레기도 문제다. 술이며 고기며 과일이며 한 보따리씩 싸들고 온 사람들은 다음날 발생한 쓰레기를 분리수거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아무 데나 던져두고는 사라져버린다. 보기에 좋지 않을뿐더러 악취가 진동한다. 이어 예약을 한 사람은 앞서 사용한 사람의 쓰레기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특정 캠핑장은 시끄러우니 가지 말라는 둥 캠핑을 다녀온 사람들의 불만 섞인 글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한 주부는 캠핑장에 관한 문의에 “지난주에 다녀왔는데 남편과 다신 여기 오지 말자고 했다. 더운 건 물론이고 취객들이 새벽까지 시끄러웠다. 아이들이 놀 거리도 별로 없다. 첫 캠핑으로 가면 캠핑에 대한 인식이 완전 안 좋아질 것이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어디 캠핑장의 문제겠는가? 관리인의 노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캠퍼들이 문제다. 의식 있는 캠퍼들은 이렇게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진상캠퍼’를 제발 캠핑장에서 만나지 않기를 기도하지만 그들의 바람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함께 즐거운 캠핑을 위하여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캠핑도 혼자만 하는 경우는 없다. 캠핑장에는 이웃 캠퍼가 있고, 홀로 떠난 오지캠핑도 나중에 그곳을 방문할 캠퍼나 야생동물이 있다. 해를 넘겨 같은 장소를 다시 방문할지 모르는 당신도 당신의 이웃 캠퍼다. 따라서 함께 즐거운 캠핑을 위해 그리고 지속 가능한 캠핑을 위해 몇 가지 사항을 유념하자.

 

캠핑장의 경우 기본적으로 나 혼자만의 캠핑이 아님을 숙지하고 이웃을 배려하자. 그리고 빌려 사용한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노력하며, 가져온 쓰레기는 되가져가도록 하자. 캠핑장은 각종 쓰레기 수거 시설이 설치된 경우도 있으나, 최근 오염 처리시설을 갖추지 않은 불법 캠핑장이 폭발적으로 생겨나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이런 곳은 당국의 화재나 안전관리의 영역에서도 벗어나 있어 위험하다. 텐트나 타프를 설치하기 위해 주위 나무에 로프를 묶어야 할 때 작은 나무는 피하고, 필요에 따라 나무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수건 등으로 감싼 후 로프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로프가 주위 캠퍼들의 동선에 폐가 되지 않는지 살핀다면 금상첨화다.

 

캠핑장을 벗어난 오지캠핑은 훨씬 더 캠퍼의 안전과 자연 훼손·오염에 신경 써야 한다. 장소는 산사태가 홍수 등 갑작스레 비가 왔을 때 위험하지 않은 곳을 택해야 한다. 홀로 텐트를 쳤어도 소음을 최소화하자. 야생동물도 이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한 모닥불 사용을 자제하자.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좋다. 모든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것은 필수며, 냇가에서 설거지나 샴푸를 이용한 세면 등을 해서는 안 된다. 오염이 막연하게 느껴지는가? 그럼 당신이 냇가에서 샴푸로 머리를 감을 때, 누군가는 상류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라!

 

몇 가지를 이야기했지만 나열하자면 훨씬 더 많다. 하나씩 모두 숙지하기보다는, 캠핑의 참 목적이 손닿는 곳 가까이서 자연 본연의 모습을 접함과 동시에 함께 간 사람들과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는 데에 있음을 생각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자명해질 것이다. 화려한 장비만 가지고 도시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가짜 캠핑이 아니라 진짜 캠핑을 하자. 당신은 분명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과 같은 추억들을 캠핑에서 얻을 것이다. 그리고 “아빠! 어디가?”라 묻는 아이에게 환한 웃음으로 당당하게 “캠핑!”을 외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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