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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사대주의자

by 막둥씨 2011. 4. 14.


 TV는 원래 보지 않는데 한동안 신문 또한 보지 않았더니 당췌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어 여유가 생긴 오늘 아침 인터넷으로 잠깐 헤드라인을 살폈다. 하지만 이내 눈에 뜬 기사에 그만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용인즉 지난 12일 신라호텔측이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가 한복을 입고 있다는 이유로 호텔 뷔페인 더파크뷰로의 입장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혜순씨는 한복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년간 매일같이 한복을 입어오신 분이다.

 13일 오후. 신라호텔측은 공식사과를 통해 "고객께서 음식을 직접 가져다 드셔야하는 뷔페 특성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한복을 착용하고 입장하는 고객분들께 식당 내 고객들간의 접촉이 많음을 충분히 설명하고 일일이 안내를 해주고 있었다"며 "이런 조치는 다른 고객이 한복을 착용한 고객의 옷에 걸려 넘어지거나 한복을 입은 고객이 다른 고객에게 옷이 밟히는 등으로 인해 고객들간의 불만사항이 발생하는 사례가 있어 취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바로 "개인적으로 용서할 수 있으나 한국 문화에 대한 신라호텔측의 인식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한 이혜순씨 말에서 우리는 찾을 수 있다. 담당 직원이 호텔 드레스 코드 이야기를 꺼내며 ‘한복과 트레이닝복을 입어선 입장할 수 없다’고 하며 '규칙'이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이 직원의 미숙함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정책을 단순 편의주의적으로 시행하고있는 신라호텔측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사실 무조건 적으로 '우리의 것'이라 하여 그것을 최고의 가치인냥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한복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규칙을 세운 이들은 오히려 아무 생각없이 양복을 입고 그것이 바로 예의이라고 생각하는 치들이 아닐까하니 우습기 짝이 없다.

 다양성 배려나 권리의 측면에서도 외래의 것은 고려함에 반해 오히려 우리의 것은 홀대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 만약 신라호텔이 한때 이슈로 떠올랐던 히잡이나 여타 문화권의 복장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고객들간의 불만사항이 발생'했어도 이를 금지시킬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회의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한복으로 인해 다소의 문제가 일어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단순히 우리의 것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다양성의 배려와 권리의 보장 측면에서 신라호텔측은 진정한 해결방안을 찾아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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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경제학을 공부중인 한 학생의 노트. 종합대학의 매력은 전문성의 교육에 있는게 아니라 바로 교양의 측면에 있다. 진정한 교육은 학생들을 계산하는 사람이 아닌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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