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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

김유정의 <소낙비>와 매춘의 문제

by 막둥씨 2011. 4. 14.

 한 여성의 <소낙비>에 대한 논문을 읽었다. 글에서는 연신 김유정의 <소낙비>에서 극중 인물의 도덕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비난했다. 하지만 과연 춘호와 춘호 아내는 그저 부도덕한 것으로 지탄받아야만 하는 캐릭터인가?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나라에도 각 역사적 배경이 있다. <소낙비>의 시대적 배경을 참고하자면 이는 노력해도 먹고 살기 힘들었던 우리 시대의 어쩔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무조건적인 비판은 오히려 그 시대상황을 깡그리 무시한 처사일성 싶다.

 물론 그 상황을 전적으로 불가피했던 받아들여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판하는 대상의 본질을 먼저 파악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먼저 이루어져야 할 고민은 매춘이 왜 부도덕한 것인가에 대한 것일 성 싶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중의 하나가 매춘이라고 하는데 이는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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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가부장제는 또 하나의 문제가 되고 있다. 남성들의 입장을 빌자면 예전의 가부장제 안에서 남성은 권위와 책임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여권이 신장되고 그들은 남성들로 부터 가정내에서의 권위를 박탈했다.

 물론 일방적인 권위는 지양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권위는 박탈해 갔음에도 책임은 그대로 전가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남성들은 가정 내에서 찬밥신세가 되어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에 어깨가 무겁다. 진정한 가부장제를 철폐하고 남녀평등을 이룩하려면 권위와 책임 모두를 나누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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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성매매 방지 특별법을 제정, 한창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했을때 매춘 여성들은 남성들로 부터가 아니라 오히려 같은 여성들로 부터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당시 매춘 여성을 비난하는 같은 여성들을 보며 한 네티즌이 남겼던 글이 생각난다. 요지는 돈을 받고 성을 파는 매춘여성들과 결혼상대로 부유한 집안의 남자만을 선호하는 일반 여성들 사이에 대체 무슨 본질적인 차이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돈에 몸을 파는것은 똑같지 않느냐'고 그는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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