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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전국일주 캠핑

[전국일주 2일차] ③ 정선 소금강과 화암동굴

by 막둥씨 2012. 7. 31.

소금강이라 새겨진 비석과 간이 주차시설이 있는 곳. 이곳에서부터 화암동굴로 가는길에 기암의 협곡이 펼쳐진다.

 

우리는 38번 국도를 타고 고원의 도시 태백을 빠져나와 421번 지방도로 갈아탔다. 정선 화암동굴로 향하는 길이었다. 고랭지 채소가 자라는 산길을 지나 고개를 넘어 마을을 거치는 길.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덧 소금강 0.5km, 화암동굴 5km, 화암약수 3km라는 갈색 표지판이 나왔다. 424번 지방도로 한 번 더 갈아탄 직후였다. 갈색 표지판은 관광지나 문화유적지를 알리는 표지판이니 소금강 또한 관광지임이 분명했다.

 

'소금강이 뭐지? 소금(salt) 강(river)?'. 화암동굴은 우리의 목적지이고 화암약수야 그렇다쳐도 소금강은 대체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무슨 암염(岩鹽)층이라도 나오는 강인건가 하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 뿐이었다. 하지만 표지판을 지나 모퉁이를 도는 순간 우리는 소금강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소금강(小金剛). 또 하나의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 정선 소금강은 협곡을 따라 흐르는 강과 도로의 사방으로 기암괴석이 장엄한 자태로 우리를 굽어보고 있었다. 때마침 비가 오다가 그친 뒤라 녹음은 더욱 선연했고 살짝 안개가 피어오르던 중이라 더욱 풍경을 신비롭게 만들었다. 나중에 여행을 더 하며 알게된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엔 소금강이라 불리는 곳이 엄청많았다. 개나 소나 다 소금강이라고 하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나같이 절경이라 고개를 끄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쯤에서 나는 대체 이 소금강들의 본원인 금강산은 얼마나 멋질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소금강에서 엔진을 식히며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길에 올랐다. 이렇게 아름다운 협곡을 몇킬로 더 달리자 화암동굴 주차장이 나왔다. 주차장에서 부터 산 중턱에 위치한 입구까지는 약 500미터의 언덕길이다. 모노레일이 있었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걸어갔다.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는, 습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장마철 여름날씨라 금새 땀이 줄줄 흘렀다. 불쾌지수가 치솟았으나 다행이 동굴은 시원해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나선형계단을 지나고 천연종유동굴로 가기 전 마지막 계단.

 

화암동굴은 총연장 1803m로 관람시간만 1시간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동굴이다. 이곳은 원래 1922년부터 1945년까지 금을 캤던 천포광산으로 금광 굴진 중 천연종유동굴이 발견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그래서 화암동굴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금광이었던 천포광산 부분과 천연종유동굴 부분이다. 천포광산 부분은 수평과 수직을 오가는 그 엄청난 길이에 우선 압도되며 중간중간 암벽에 금이 박혀 있는 것을 돋보기로 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특히 수직으로 내려가는 갱도의 계단은 공포를 느낄정도로 깊어 어린이나 어르신에겐 특별한 주의까지 필요한 실정이었다. 실제로 입구에는 1.8킬로가 넘는 길이와 계단 때문에 어르신들의 출입을 재고해 보라는 경고문도 달려 있다.

 

이 하부갱도와 상부갱도를 연결하는 365 계단을 다 내려오면 똑같은 갱도가 이어지는것에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탓인지 전시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지자체를 홍보하기도 하고 어린이들을 위해 화암동굴을 상징인 금깨비와 은깨비(도깨비 캐릭터)를 이용 금광의 채굴과 금제품 생산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실 다소 유치하기도 하고 크게 볼 거리는 없었지만, 동굴 관리관계자들의 고민에서 귀여움이 엿보여 그것으로 족했다.

 

그럼에도 동굴을 값지게 하는 진짜배기는 위의 모든 것을 통과 한 뒤 나오는 천연종유동굴이다.

 

천연종유동굴

 

제주도에서 몇 군데 굴을 가 보았을때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이 천연종유동굴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압도되어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오페라 공연이라도 펼쳐질 것 같은 넓은 원형 홀이 좁은 광산터널을 지나자 나타났는데, 그 광경이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다큐 <Planet Earth>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것이었다. 관람을 위한 계단길은 이 원형 홀을 한바퀴 도는 방식으로 설치되어 있었고, 그 곳에는 유석폭포를 비롯 갖가지 종유석이 자라나고 있었다. 신비한 종유석 자체도 멋있었지만 나는 이 공간에서 전체적으로 우러 나오는 신성함의 매력이 너무 좋았다.

 

개발도 잘 되어 있었다. 어딘가에 설치된 스피커에선 클래식 - G선상이 아리아였나? 정확히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 이 울려퍼지고 있었고, 넓은 동굴의 중앙부에는 인공분수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음악은 신성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어 나쁘지 않았지만, 항상 최소한의 사람의 손때를 추구하는 나에게 동굴 안 인공분수는 조금은 고민되는 광경이었다. 분수대를 만들기 위해 배관을 끌어오고 바위를 부셔 콘크리트를 바른 것이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감상의 측면에서 그 정도는 사사로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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