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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

기본소득 제정으로 매달 40만 원씩 받을수 있다면?

by 막둥씨 2015. 4. 8.

일을 하든 안하든 월급과는 별도로 매달 40만 원씩 여러분에게 지급된다면 어떻게 사실 건가요? 게다가 조건 없이 국민 1인당 지급되는 돈이라면? 예를 들어 4인 가족의 경우 월 160만 원을 평생 연금처럼 받을 수 있다면? 분명 이런 돈이 생긴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생계를 위해 포기했던 꿈을 다시 쫓을 수도 있겠고, 지금보다 일하는 시간을 줄여 여행을 한다던가 책을 보는 등 여가를 늘려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허무맹랑한 소리 같다고요? 충분히 그리 들릴수도 있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얼마 전 재미있는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녹색당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가 쓴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생태적 전환과 해방을 위해 국민들에게 기본 소득을 제공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금액이 바로 국민 1인당 월 40만 원입니다. 녹색당은 얼마 전에는 이 기본소득을 당론으로까지 채택했으니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분명 아닙니다.

 

 

 

저자는 세 가지 의문으로 책을 엽니다.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는데, 왜 이렇게 ‘불안’하고 살기 힘든가?”, “왜 이렇게 불평등한가?”, “이런 식의 삶과 사회가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들입니다.

 

1992년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1인당 7000달러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당선되면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하겠으며, 이를 통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얼마인줄 아십니까? 2만8000달러로 당시의 4배나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행복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사람들은 경제성장만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개개인의 희생을 당연시여기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런 예들을 하나씩 던지며 우리를 끄덕이게 합니다.

 

어린 시절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컴퓨터가 탄생하면서 과거 10명이 할 일은 이제 혼자서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기계와 전자 기술은 더욱 발달할 테고 아마 가까운 미래에는 한 명만 일하면 1000명이 풍요롭게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겁니다. (어쩌면 이미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저는 ‘한 명만 일해도 된다면 나머지 1000명은 하고 싶은 활동을 하고 살며 인류 문화의 전성기를 꽃피울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대 초반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보고서 이런 달콤한 상상은 어김없이 무너졌습니다. 절대량이 부족한 게 아니라 배분에 문제가 있다는 걸 늦게야 깨달은 게지요. 이후 미래에 대한 전망도 희망도 없이 우울한 날들을 보냈습니다.

 

하승수 위원장은 이보다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나의 상상대로 기술이 발달하여 한 명이 1000명의 일을 하게 되면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데, 이렇게 고용되지 않은 다수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배분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각인 시킨 예로써, 취업문이 좁아 아무리 노력해도 고용되지 않는 오늘날 청년들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입니다. 하 위원장은 내가 풀지 못했던 이 문제의 답을 기본소득에서 풉니다. 어쩌면 기본소득은 미래에 반드시 찾아올(이미 찾아 온) 불완전 고용의 유일한 해결책일지도 모릅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월40만 원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할 수 있을까요? 어디서 돈이 생길까요?

 

여러 가지 재원 마련처가 있지만, 우리가 먼저 주목해야 하는 건 '공유'로부터의 배당입니다. 바람, 물, 공기, 자원 등 태초부터 자연에 존재하던 것들은 사실 주인이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류(전 생명) 공통의 자산으로 우리 모두가 주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이 석유를 시추한다면 시추에 들어가는 노동력과 수고로움은 보상 받아 마땅하지만, 본디 석유가 갖고 있는 가치를 독점해서는 안 됩니다. 그건 석유 회사의 것이 아니라 인류 모두의 것이니까요.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파는 척 시늉하여 상인들의 뒷통수를 치는 이야기에 우리는 박장대소하지만, 현실에서 본인이 상인은 것을 깨닫고는 못하고 있었던 셈이지요. 어쨌든 이렇게 공유로부터 나오는 수입을 국민들에게 돌려주자는 것이 바로 기본소득이자 배당의 한 재원입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예도 있습니다. 서울 강남의 땅값은 비쌉니다. 하지만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이곳은 황무지였지요. 그렇다면 황무지가 어떻게 금과도 맞바꾸기 힘든 가치 있는 땅이 되었을까요? 바로 우리의 세금을 투입해 도로를 닦고 지하철을 개통하는 등 기반시설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부자들의 노력이나 투자로 발달한 게 아니지요. 그렇다면 그렇게 가치가 올라 생겨난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까요? 땅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상승시킨 기반을 제공한 국가와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게 정상 아닐까요? 이 외에도 저자는 이대로 가면 파멸로 치달을 게 분명한 인류의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을 제창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는 족족 옳은 말이자 미래의 생존을 위해 인류가 뼈를 깎으며 새겨들어야 할 내용들입니다.

 

세금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며 당연히 자신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기본적인 개념을 망각한 채, 비정상적일만큼 복지에 인색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 미래를 파멸로부터 구할 해답도 들어 있습니다. 130페이지 정도로 금방 읽을 수 있으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받게 되는 사실의 충격은 이제껏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보게 할 정도입니다. 꼭 읽어보길 강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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