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문/잡설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by 막둥씨 2012. 11. 6.

밀양 평밭마을 가는 길에서 본 풍경

"그들이 왔다. 처음엔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다음엔 사회주의자와 노동운동가를 숙청했다. 나는 둘 다 아니었기 때문에 침묵했다. 다음에는 유대인을 잡아갔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또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다음엔 그들이 나에게 왔다. 그때는 이미 나를 위해 나서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새롭게 발 담은 사회생활이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많은 것들을 보았다. 때로는 화가 났으며 때로는 서글펐다. 돌이켜 보건대 나는 이런것들로부터 눈을 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행동하는 지성이 되지 못할까 두려웠던 탓이다. 행동에 대한 자신이 없어 지성을 포기했었다. 앎과 실천의 문제를 누구보다 중요시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앎은 그만큼의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수반했던 것이다.

또 다른 고민도 있었다. 양시론자가 되었다가 양비론자가 되기도 한, 회색주의자로 살아온 나에게 말과 글로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여간 힘든일이 아닐 수 없었다. 눈도 귀도 두개여서 양쪽의 입장을 경청하는 것은 쉬웠지만 입은 하나였기 때문이다. 주장을 하려면 한쪽의 이야기에만 힘을 실어주어야 했다. 이성적인 사고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행동에 들어간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여기서 약자의 편에 선다는 중요한 기준이 등장했다. 서로의 주장이 양가치를 달리고 있을때 나는 약자의 편에 설 것이라는 기준을 정한 것이다. 그것은 관련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의 기준이기도 한 것 같았다.

영원에 대한 자신은 사실 없다. 하지만 미래는 현재를 통해서만 열리니 나는 순간에 집중할 뿐이다. 그래도 큰 그림은 가져야 할 터이다. 나만의 숙제로 남겨놓은 채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