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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전국일주 캠핑

[전국일주 6일차] ③ 소야솔밭캠핑장과 손님들

by 막둥씨 2012. 8. 8.

무료캠핑장인 소야솔밭캠핑장은 문경시청과 문경읍의 중간쯤에 위치한 마성면에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른채 마성면을 그냥 지나쳐 점촌지역으로 향했다. 식료품을 비롯한 필요물품도 구매를 해야 했고, 그동안 미뤄왔던 차량정비도 하기위해서였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사먹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늦은 점심을 거하게 먹은 뒤라 막상 마트에 오니 별로 눈에 들어오는것이 없었다.

 

마트에서 시원한 바람을 좀 쐬고 차량정비를 받으러 갔다. 처음에는 엔진오일만 교체할 생각이었는데 마침 정기점검을 받을 수 있는 기회여서 그것도 받았다. 손님이 하나도 없었던 탓에 모든 작업이 눈깜짝할 사이 끝났다. 정기정검은 각종 오일 및 타이어 공기압까지 체크했다. 미뤄왔던 점검을 한 것에는 이유가 있으니, 지금까지는 나름 홈그라운드라 할 수 있는 경북지역 혹은 강원 남부여서 그래도 안심이 되었지만, 앞으로 충청도를 거쳐 전라남도까지 달리려면 단단히 준비를 해야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점검이 끝나자 시간이 애매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엔 늦었고, 여기서 하루를 보내기엔 조금 이른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캠핑장 - 화장실과 개수대가 있는 곳 - 에서 잘 수 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소야솔밭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텐트는 한 동도 없이 조용했다.아무래도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도 아닌데다 평일이니 그럴만도 했다. 그런데 텐트가 없는 대신 신경쓰이는 다른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밥차(캐터링서비스)였다. 어머님 한 분과 젊은 청년 하나가 분주히 음식을 준비하고 계셨다. 나는 혹시나 이곳에서 단체 야유회를 하는건 아닌가 싶어 걱정되었다.

 

"여기서 뭐 행사같은거라도 하나요?"

 

나의 물음에 튀김을 하던 청년분이 활짝 웃으며 무슨일인지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 설명을 모두 들은 나는 이 밥차가 이곳 캠핑장까지 오게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12월 19일 치러진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MB는 48.7%의 지지를 얻어 제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2008년 2월 25일에 제17대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그 후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운하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반대의 여론이 들끓자 이를 철회한다. 하지만 그 대신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사업이 삽질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사업의 일환으로 4대강 자전거길이 생겼다.

 

이 밥차는 2012 대학연합 자전거 국토 대종주를 하는 서른여명의 학생들을 위한 것이었다. 지난 7월 3일부터 7월 12일 까지 9박10일 동안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출발하여 경인아라뱃길 - 금강 - 영산강 - 여수엑스포 - 낙동강 - 남한강 - 한강를 거쳐 서울올림픽공원까지 가는 720km의 여정이었다. 스포츠토토가주최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과 녹색성장위원회가 후원하는 것으로 보아 국가정책홍보의 성격이 강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보니 한국정책방송 KTV가 이들을 취재하며 따라다니고 있었다)

 

분명 꽤나 힘들 것이다. 나도 옛날 수원에서 출발해 목포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적이 있다. 그때는 자전거도 중고자전거방(자전차라고 써있기까지 했다)에서 고작 3만 5천원을 주고 산 재질이 무거운 것인데다가 짐이 든 가방도 싣고 다녀야 했다. 일찍 그날의 주행을 마쳐도 하루 80km정도는 달릴 수 있었고, 그렇게 5일 - 인지 일주일인지 기억이 잘 안난다 - 을 달렸으니 그들의 노고가 짐작이 갔다. 하지만 나는 차량이 다니는 국도를 달려 풍경의 재미가 조금 아쉬웠는데 자전거길은 그나마 나을것 같았다. 

 

 

오늘의 일정이 조금 늦어지는 듯 했다. 저녁시간이 되었는데도 도착하지 않은것이다. 결국 어둑어둑지기 시작해서야 종주팀은 캠핑장으로 들어왔다. 늘 조용한 캠핑만 하다가 갑자기 사람들이 북적대니 어색했다. 우리는 텐트안에 있었는데 이번 종주팀의 대장님이 방문하셨다. 저녁에 기합도 줄 수 있고 시끄러울수도 있으니 양해해 달라고 하셨다.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무래도 신경쓰이셨는지 바로 가시지않고 덧붙이셨다. "쏘주라도 한 병드릴까?". 맥주라면 흔쾌히 받았겠지만 소주는 내키지 않아 사양했고 마음만 받았다. 참으로 인간적인 분이셨다. 

 

다행이 크게 시끄럽지는 않았다. 텐트치고 먹고 씻고 자기에 바빴다. 참 인상적이었던 것은 개수대에 플라이를 두르고 샤워장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사실 캠핑을 하다보면 가장 불편한점이 씻는 문제라 이들은 어떻게 할까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참으로 기발했다. 그리고 이것도 캠핑장에 다른 야영객들이 아무도 없으니 가능한 일이구나 싶었다. 

 

우리의 저녁밥은 한참전에 완성했지만 먹지않고 기다렸다. 아까 문경새재에서 점심을 늦게 먹은 탓도 있지만, 밥차 어머님께서 혹여나 음식이 남으면 나눠주시겠다고 해서였다. 하지만 먹성좋은 대학생들인 탓인지 어머님께서 깜빡하신 건지 그런일은 벌어지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그들의 텐트는 자동텐트였다. 나도 자동텐트를 치는 것은 처음 보았는데 정말 신기했다. 비가 오지 않으므로 이너텐트만 설치를 했는데 어찌나 빠르던지. 그냥 펴서 세우면 끝이었다. 함께 신기하게 보고있던 푸딩이 나에게 왜 저런걸 사지 않았는지 물었다.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자동텐트는 고장이나면 곤란하기때문에 장기캠핑여행엔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피도 크고 무겁다.

 

그렇게 밤이 찾아왔다. 아침이 밝으면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고 그들은 그들의 길을 갈 것이다. 나는 속으로 그들의 여행에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기를 기도했다. 그러고보니 오늘 텐트를 치다가 부러진 폴대의 가시가 손톱사이를 찔러 피가났다. 슬슬 싸게 산 값을 한다 싶었다. 가시를 못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 빠졌다. 그래서 우리의 안전도 함께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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