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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전국일주 캠핑

[전국일주 2일차] ① 강원도를 향해 출발

by 막둥씨 2012. 7. 30.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아니면 일찍 잔 탓인지 아침 5시 무렵 깼다. 하지만 게으름을 피웠고 결국 8시가 되어서야 텐트를 정리하고 길에 오를 수 있었다. 날씨는 흐렸다. 차유리를 보니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는듯 했다. 여행을 시작하며 가정 걱정을 했던 장마철이라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흐린 하늘 만큼이나 기분도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하긴, 우려가 이렇게 하루만에 현실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태백으로 가는 길. 나는 청량산만 지나면 바로 강원도가 나오리라 생각했다. 이는 소백산맥 만큼이나 큰 착각이었다. 청량산은 봉화군의 시작일 뿐이었으며, 태백으로 가기 위해 봉화의 험준한 산을 몇개나 넘어야 했다. 평균 해발 400미터가 넘는 봉화군 삼동리 산길에 사람 둘과 캠핑에 필요한 갖가지 짐을 가득 실은 우리의 경차 모닝은 기다시피 속도를 냈고 엔진에선 굉음이 났다. 차가 퍼지는 건 아닌가 싶어 나중에는 종종 멈춘 뒤 보닛을 열어 엔진의 열을 식혀주기도 했다. 설마 차가 퍼지기사 하겠냐만은, 작은 경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탓이다. 게다가 정말 혹여나 퍼지게 된다면 그만큼 큰 골칫거리가 또 없기 때문이었다.

 

 

가는 길에 신비의 도로 표지를 만났다. 당연히 지나칠 수 없어 차를 세웠다. 신비의 도로 관람객을 위해 만들어 놓은듯 보이는 주차장이 있어, 차를 세우고 길을 구경하는 일은 위험하진 않았다. 제주도에서 겪었던 신비의 도로는 문자 그대로 정말이지 신기했었기 때문에 이곳도 확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뭔가 제주도 만큼 신기하진 않았지만 확실히 신비의 도로임은 분명했다. 제주도는 자동차를 탄 채로 시동을 끄고 기어를 중립으로 놓아 차가 언덕을 오르는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지만, 이곳은 차가 오가는 공공도로가 불가능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그런데 신비의 도로 주차장에서 한 나이든 할아버지가 텐트를 설치하고 계셨다. 저녁도 아니고 아침에 이곳에 왜 텐트를 설치하는지 궁금했다. 게다가 타고온 것으로 보이는 오토바이는 부산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생각할수록 미스터리였지만 우린 그저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위대한 캠핑 여행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체 게바라의 여행을 동경했던 나는 할아버지가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강원도와의 경계를 지나자 정말 '아! 이곳은 강원도구나!'하는 확연한 생각이 절로 드는 풍경이 나왔다. 철로와 도로 그리고 강이 함께 나란히 달리고 있는 풍경이 그것이다. 강과 도로가 나란히 평행을 이루며 존재하는 풍경은 흔하다. 강을 중심으로 부락을 이룬 마을, 강을 쉬이 건너지 못하는 육로 그리고 강으로 운반되는 사람과 문물을 육지로 옮기기 위해서는 물가의 길이 유리하거나 필연히 그리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로와 도로가 나란히 달리는 풍경은 그리 흔하지 않으며, 거기에 강까지 합세하는 모습은 강원도가 아니면 보기힘들 것이다.

 

봉화의 험준한 고갯길에 기진맥진 했다면 '고원의 도시' 태백은 겁먹은 것에 비해 매우 평준한 지형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실은 고원의 도시 답게 평지로 보이는 땅도 기본적인 해발고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산이 높게 보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는 나중에 강원도를 좀 더 돌아다니며 절로 깨닫게 되었다. 

 

 

경상북도와 강원도의 경계를 넘자마자 나오는 철길건널목.

아직 강원도에 다다르기 전 봉화군 삼동 고갯길을 넘으며 우리는 해발 464미터 표지판이 있어 경이로운 마음에 사진을 찍었었다. 그런데 강원도를 돌아다니다 보니 비교적 넓은 평지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 해발 500, 600미터를 훌쩍 넘기곤 했던 것이다. 실제로 태백시청이 자리잡은 터의 해발고도는 무려 700미터나 되었다. 다른 도의 왠만한 산 보다 높은 위치인 것이다.

 

 

어쨋든 그렇게 우리는 태백으로 접어들었다.

 

아침을 먹지 않고 나온 탓에 배가 고팠다. 먹을 만한 곳을 찾았지만 식당도 별로 없을 뿐 더러 있다손 치더라도 오전에 먹을 만한 메뉴는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오리구이나 막걸리를 파는 집이었다. 아마 태백산 도립공원 입구가 가깝기 때문인 것 같았다.

 

결국 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 아침부터 막국수를 먹었다. 무엇이든 따뜻한 것을 먹어야 할 것 같아 감자전도 함께 주문했다. 나중에 스쳐간 다른 식당들도 모두 하나같이 감자전을 내세우고 있었다. 척박한 길가의 밭들도 모두 감자나 옥수수등을 재배하고 있었다. 감자바우들의 고장에 온 것을 또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며 강원도를 여행한 적이 별로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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