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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73

독립출판, 주류가 부정했던 단면들을 지지하며 최근 들어 두 명의 친구가 내게 독립출판 잡지를 각각 소개해줬다. 와 가 그것이다. 책을 사보진 않았다. 대략적인 정보를 찾아보거나 한두 개의 꼭지를 읽어본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금세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존에 존재하는 매체의 틀에 맞추기 위해 콘텐츠를 고민할 필요 없이, 우리가 가진 다양한 삶의 모습과 사상에서 우러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 정의하는 자기 자신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일상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책인 것이다. “green mind는 단순한 환경 매거진이 아니에요. 이 책은 green + mind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과 각오부터 오늘도 하루를 씩씩하게 .. 2013. 3. 17.
잔 속 청춘의 고민 오랜만에 모임을 가졌다. 사실 산발적으로는 종종 만나고 있었지만 그리고 오늘 모임도 결국 산발적인 모임의 규모밖에 되지 못했지만 그것으로도 족했다. 사람이 몇인가에 상관없이 술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웃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야 말하지만, 연말연초 꽤나 우울한 생각에 사로잡혀 지냈다. 고민의 내용은 단순명료했다. '앞으로의 생에 과연 새로운 것이 있을까? 비슷한 경험을 해도 처음, 그 잊지 못할 순간의 벅찬 감동이 과연 다시금 찾아올까?' 더이상 삶은 다채롭지 못하며 그저 그런 날들의 연속이 될 것만 같았다. 게다가 직장생활이라는, 내가 선택한 이 '자발적 자유의 제한'은 어쩌면 태어나 지금까지 살며 처음 맞이해보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군대보다 더 숨통을 죄여왔다. 끝이 보이지 않기.. 2013. 2. 8.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그들이 왔다. 처음엔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다음엔 사회주의자와 노동운동가를 숙청했다. 나는 둘 다 아니었기 때문에 침묵했다. 다음에는 유대인을 잡아갔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또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다음엔 그들이 나에게 왔다. 그때는 이미 나를 위해 나서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새롭게 발 담은 사회생활이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많은 것들을 보았다. 때로는 화가 났으며 때로는 서글펐다. 돌이켜 보건대 나는 이런것들로부터 눈을 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행동하는 지성이 되지 못할까 두려웠던 탓이다. 행동에 대한 자신이 없어 지성을 포기했었다. 앎과 실천의 문제를 누구보다 중요시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앎은.. 2012. 11. 6.
어딜가나 경상도 사람들이 많은 이유 통계표명 : 지역별 인구 및 인구밀도[ 단위 : 천명, 명/㎢ ] 2007 2008 2009 2010 2011 인구 인구밀도 인구 인구밀도 인구 인구밀도 인구 인구밀도 인구 인구밀도 계 48,598 487 48,949 490 49,182 492 49,410 494 49,779 497 서울 10,042 16,592 10,081 16,655 10,104 16,694 10,051 16,606 10,026 16,567 부산 3,531 4,612 3,506 4,578 3,488 4,553 3,466 4,517 3,464 4,509 대구 2,479 2,804 2,475 2,800 2,475 2,800 2,472 2,796 2,477 2,803 인천 2,637 2,618 2,682 2,654 2,691 2,620 2.. 2012. 9. 24.
성의식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를 따르는가? 그 이중성에 대해 '호주 갔다 온 여자, 필리핀 갔다온 남자와는 결혼 안한다'는 세간의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는 성(性)과 관련된 이야기로, 필리핀으로 여행가는 많은 한국 남성들이 성매매를 경험한다는 사실과 호주에 다녀 온 많은 여성이 남성과 장기간 동거를 한다는 사실에서 기인한 말로 해석된다. 특히 호주의 경우 내가 저 우스갯소리를 접한지 얼마되지 않아 많은 '전문'여성들이 성매매를 위해 호주로 떠난다는 기사가 보도 되었다. 때문에 이제는 다른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할수도 있다. 그러나 본래의 의미는 '동거'에 있다. 나는 둘 중 호주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필리핀에 대해서는 비록 들은 바는 있으나 현지에서 본 것은 아니기에 일단 뒤로 한 채. 1995년 7월 호주와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을 한 이래 수많은 국내 청년들이.. 2012. 9. 14.
무연휘발유와 클레어 패터슨 Clair Patterson 당신은 무연휘발유의 '무연'이 무슨 뜻인지 아는가? 어릴적 나는 무연휘발유는 연기가 나지 않는(無煙) 휘발유로 생각했었다. 실제 집에서 사용하던 고물 디젤엔진트럭은 연기가 풀풀 나는 것에 비해, 무연휘발유를 연소하는 세단 승용차들은 연기가 거의 나지 않았으며 엔진 소리도 조용했기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무연은 연기가 나지 않는다는 뜻의 무연(無煙)이 아니라 납이 첨가되지 않았다는 무연(無鉛)이란 의미였다. 그렇다면 유연(有鉛)휘발유도 있을터인데, 과연 납의 함유에 따른 차이는 무엇일까? 1923년 2월 1일부터 판매된 유연휘발유의 대표적인 상품이 TEL(테트라에틸납)을 첨가한 에틸사(社)의 유연휘발유였다. 납을 첨가함에 따라 옥탄가를 높임으로써 경제면에서는 매우 성공적인 작품이었.. 2012. 9. 12.
친구? 지랄하네... 이 말은 요즘 화제인 드라마 에서 나온 대사다. 윤제(서인국)가 시원(정은지)에게 직접적인 고백을 하지만 시원은 그냥 친구로 남자고 제안한다. 이에 윤제는 "남자가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구질구질하게 가슴에 있는 것을 다 털어 놨다는 것은 다시는 안볼 생각이라는 것"이라며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문 앞을 지날 때 잠시 멈춰 혼잣말 하는 것이다. "친구? 지랄하네...." 극 중 대사가 이렇게 가슴에 남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나의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부정하진 않겠다. 수많은 남성 혹은 여성들이 친구로 지내자는 마지막 말을 뒤로 한 채 상대방과 멀어졌을 것이다. 멀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극중 윤제처럼 속 시원히 말해보진 못한다. 그렇다고 윤제의 방법이 고급(?)스러.. 2012. 9. 1.
세계화 시대 속 정(情) 요즘은 방송에서도 외국인이 많이 나온다. 아니 예전에 로버트 할리나 이다도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방송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것 처럼 꽤나 오래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외국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에서 집대성 되었고 꽃을 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프로그램이 끝났지만 이미 는 현재에도 활동하는 수많은 방송인을 배출했다. 이렇게 어느 방송이든 외국인이 나오면 누구나 거쳐야 할 관문이 있으니 바로 '김치'다. 한국 사람들은 남녀노소 관계없이 외국인에게 김치를 좋아하느냐고 물어본 뒤 그들이 맛있게 먹으면 좋다고 박수까지 친다. 아마 김치를 먹지 못했다면 실망한 낫빛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 오래 살았던 한 외국인은 이렇게 외국인에게 김치를 강요하는 한국인들의 문화가 한 편으로.. 2012. 8. 31.
느린 학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헛간에 앉아 잠깐 일을 하는데 라디오에서 관심을 끄는 이야기가 나왔다. 기자인지 아나운서인지 모를 어떤 이가 말하길 이제 곧 개학이라 걱정이라는 것이다. 이유인즉 올 해 대구에선 학생들의 잇다른 자살로 큰 논란이 있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개학이라 걱정이라니... 이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지 몰랐다.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들의 미니홈피를 방문해 본 적이 있었다. 정확히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굳이 이야기 하라면 그저 몇몇은 찾아보고 싶었고, 또 친하지는 않았더라도 다들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름도 낯선 이들도 몇명 있었고, 얼굴도 알아보기 힘든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친구의 다이어리에서 나는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2012.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