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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

철학자는 없다

by 막둥씨 2012. 5. 31.

소로우가 그의 저서 <월든>에서 말하고 있듯 요즘은 철학 선생은 있을지 모르나 철학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난해한 사상을 품거나 학파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지혜를 사랑하기 때문에 지혜가 명하는 바에 따라 관용과 신뢰의 삶, 검소하고 독립적인 삶을 사는것, 인생의 다양한 문제를 이론뿐만 아니라 실천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로 철학자의 삶인 것이다. 그래서 그럼에도 실천이 부재한 요즘의 철학 선생이 철학을 가르치면서 존경받는 이유는 위에서 말한 것 처럼 이론 뿐만아니라 몸소 실천하며 살았던 옛날의 철학자들이 존경받을 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이 앎과 실천이 문제이다. 요즘은 대학진학률이 80%에 육박하는 그 어느때 보다 고학력시대다. 학력 인플레에 따른 문제는 차치하고 많이 배운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심지어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과연 그렇게 쌓은 수 많은 지식들이 단순히 암기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녹아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대답할 수 없다. 요즘 사람들은 수많은 철학자의 이름을 열거하고 그들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말하는 사람은 많을지언정 그것을 본인의 삶에 대입해 보는 이는 그리 많지않기 때문이다.

일전의 포스팅에서 이야기 했지만 불교계의 문제가 터져나왔을때도 가장 먼저 든 생각이 그것이었다. 많은 중들이 그저 부처님의 가르침을 암기만 하고 그것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고. 딱히 도박이나 음주파문을 떠나서 내가 평소 겪고 들어왔던 많은 이들의 모습이 성직자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승적을 기본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인사발령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현대적 체계에서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체계는 수직적이 되고 이는 결국 정치와 욕망을 잉태시킬 수 밖에 없다.

나는 많이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고깟 배운 것도 소화하기 힘들어 가슴속에서 충돌이 인다. 끈임 없이 괴로워하고 한 없이 두려워한다. 그렇다고 이것을 내키는 대로 표현하지도 못한다. 훗날 돌이켜 보았을 때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되지 못하는 사람은 뒤를 돌아볼 수 없다. 그리고 나는 나약한 존재라 언행일치를 약속할 수 없다. 그렇다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이득일지도 모른다는 얄팍한 생각인 것이다.

이제 철학자는 없다. 아니 완전히 없지는 않을 터이니 단정하지는 말고 많지 않다로 정정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몇몇 유명한 분들은 알고 있으나 그들이 다가 아닐 것이다. 만약 그들이 전부라면 인간은 물질적으로는 전진하고 있지만 정식적으로는 퇴행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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